詩 한 수 배우려고
江을 건너 왔건만,
밝은 책과 고운 분을 만나야만 보이는 詩.
보세요, 님이시여!
시나브로 글을 읽고 詩心으로 오시는 님
하늘, 땅과 속삭이는
맑은 분과 꼭 오세요.
춘하추동 희노애락
가슴, 가슴에 고이 담아
풀잎, 나비 詩를 쓰는 오솔길로 오세요.
김호철 시인에게 시는 때 묻지 않고 기쁨과 행복의 세계로 인도하는 꿈의 공간이다. 이 시적 장소에서 순진무구하게 맘껏 뛰어놀며 열락의 감정에 빠지고 싶어 하는 마음이 첫 시집 곳곳에 묻어있다. 다르게 표현하면, 이러한 시적 이상과 대비되는 현실세계의 불온하고 쓸쓸한 상태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져서 현실과 이상이 갈등을 빚는 형국을 발견하게 된다. 모든 시인들이 그렇겠지만 김호철 또한 시적 순수에 대한 열망이 현실의 아이러니와, 모순된 현상의 형상화를 매개로 표현된다. 다만 현실과 이상의 대비나 강도가 서정의 품에 흡수되는 까닭에 독자들은 쉽게 발견하기가 힘들 뿐이다. 시인은 아스라이 펼쳐져 있는 시적 꿈의 공간을 언어로 잡아당긴다. 시인이 발 딛은 현실 공간과, 그가 소망하는 꿈의 세계가 기묘하게 융합되고 얽혀서 빚어내는 날이 서고 긴장된 언어에서 오히려 정신의 승화가 이루어진다. 현실을 승하여 천하를 떠돌고 자유로이 노니는 상태에 다다르는 것이다.